오늘 본문은 출애굽 과정과 광야의 여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왜 모세는 애굽을 떠나는 날부터 지금까지 그 흔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요?
창세기에 나오는 계보(족보)들 처럼 긴 역사의 흔적을 기억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의 기록은 하나님의 개입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즉 자신들의 출애굽이 하나님의 권능과 약속에 근거한 것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출발선이 하나님에 의해 그어진 것이라면 그 과정과 마침의 순간도 하나님에 의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광야의 여정의 기록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경험들도 많고, 하나님 앞에서 불순종과 징계의 경험들도 많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면 부모님과의 좋은 기억과 혼났던 기억, 서운하고 불편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제 성년이 되어 되돌아보는 과거의 흔적들이 여전이 가슴 아린 상처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결혼하고 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지금 훨씬 더 부모님의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됩니다.
나와 같이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 낸 부모님입니다. 신앙에 있어 과거의 흔적을 기억하고 되돌아 보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더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뜻은 순수함과 열정, 하나님과의 친밀함과 믿음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초대교회가 이상적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교회의 원형으로 삼은 오순절 직후의 교회의 모습은 교회사 속에서 몇달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딛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초대교회의 순수했던 어린이다움을 마음에 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린이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우리에게 성인된 선택과 지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과거의 기록은 출애굽 1세대의 기록입니다. 이 기록을 읽는 이들은 출애굽 2세대들입니다. 어린시절의 복합된 기억들 속에서 지금 여기에서 출애굽 2세대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과거에서 배우는 것들을 기억하고 그 위에 성숙함을 더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성인이 된 나는, 내 아이들, 내 가족을 향해 내 부모와 조금 다른,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내게 주어진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살아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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