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과 기도
2018년 2월 20일 화요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3
“주님이 인도하시는 삶”이라는 고백을 종종 합니다. 한국을 떠나 혹은 내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을 떠나 오타와로 옮겨와 사는 삶은 마치 깊이 뿌리를 내려 잘 자라고 있던 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는 것과도 같습니다. 굳은 땅 속으로 다시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사온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잃은 것(loss)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 “Inside out"은 어른인 우리가 한번은 꼭 보아야 할 영화라 추천해 드립니다.
다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우리의 모습은 ‘직장’ ‘돈’ ‘학위’ 등 내게 필요한 것들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습니다. 오타와로 이주해와 정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실수’나 ‘실패’라는 경험은 훨씬 더 쓰라리며, 스스로 looser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내 마음이 지금의 현실과 부족함에 초점이 맞춰질수록, 실패와 결핍의 경험은 더 큰 무게, 더 큰 아픔이 됩니다.
그런데, 내 삶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과 상관없이 이미 이루어 진 일이 하나 있습니다. 나를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 고백하게 하는, 절대로 뿌리가 뽑히거나 옮겨 심겨지지 않는 비옥한 땅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이룬 일이 아니니, 실패나 후회의 위험에서 자유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는 결코 자신의 죽음을 ‘실패’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 이루었다’고 하셨습니다. 그의 죽음은 역사상 최고의, 최대의 성공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내 인생의 실패, 후회, 패배의식을 거두어 들이십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내 삶의 목표는 ‘좋은 직장’ ‘넉넉한 재정’ ‘좋은 배우자’ ‘명성’ ‘인기’와 같은 것이 아니며, ‘실패’ ‘좌절’ ‘거절’과 같은 부정적 경험도 나를 주저앉게 하지 못합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그리스도를 따라 그가 걸으셨던 하나님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 길 위에서 울고, 웃을 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이웃을 만나고, 보낼 것입니다. 때로는 피곤해 그늘을 찾아 쉬며, 때로는 목말라 물을 찾아 지친 발걸음을 계속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그 길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길 위에 서 있는 오늘 하루, 나는 하나님의 의와 그의 나라를 찾는 삶을 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