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2018년 2월 17일 금요일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 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리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시편 37:23-24)”
어느 화창한 날에
이름없는 한 높은 산등성이에서
저 아래서지만 힘 있고도 유연하게 굽이쳐 흐르는
넓고도 깊이 있어 보이는 한 강줄기를 바라본다.
막혀있는 곳에서는 고집 부리지 않고
소리 없이 굽이쳐서 돌아가며,
낭떠러지를 어쩔 수 없이 마주칠 때에는
자신을 한 없이 낮추어서,
예수님께서 죄 많은 우리의 영혼들을 위해서
스스로 고통의 십자가를 지셨듯이,
저 낮은 땅 아래로 떨어져 스스로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는,
그렇지만 영원히 사라져버리지 않고
머나먼 기다림으로 유유히 다시 흘러서
어느 날 이름없는 한 바위틈에서
신선하고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달콤함으로
지치고도 목마른 한 나그네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아마도 어미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기에게
생명의 젖을 부족함 없이 공급하듯이
저 강물도 주변에서 필요한 단물을
사랑으로 아낌없이 공급하겠지.
나 또한 저 강물과 같이
조급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알며 그리고도 유연함을 지녀서
모든 이들에게 필요로 하는 생수를
사랑으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저 이름없는 강물과 같이 살아야 하리라.
- 남궁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