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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시간, 겨울을 맞이하다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의 삶에서 불완전한 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행하시는 정화 작업을 겨울을 맞이하는 식물의 세계가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 찬바람의 날개를 타고 추위가 찾아오면 나무들은 잎사귀들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초록빛 잎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듯 갈색으로 퇴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에 떨어져 죽는다. 발가벗은 채 황량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를 떠올려보라. 한여름의 아름답던 초록빛 옷을 빼앗긴 불쌍한 나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다보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은 지금 계시를 보고 있다.

초록의 아름다운 잎사귀들 아래에는 온갖 종류의 불완전함과 결함이 숨어 있었다. 단지 아름다운 잎사귀들이 그 결점들을 가리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그 결함들이 당신 앞에 충격적일 정도로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겨울을 견뎌내고 있는 나무의 겉모습만 보면 나무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그렇다면 그 나무가 변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무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처음부터 그 모습이었다. 다만 실제 모습을 가려줄 잎들이 사라졌을 뿐이다. 다시 말해 겉을 둘러싼 잎사귀들의 외면적 아름다움이 항상 존재해 왔던 내면을 숨겨주었을 뿐이다.

당신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사라기 전까지 우리는 모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결함투성이의 본모습이 그대로 드러날 날이 반드시 온다. 주님께서 당신을 정결하게 만드시기 위해 임하시는 날, 당신을 아름답게 덮어 주었던 모든 것을 빼앗긴 벌거벗은 모습으로 서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나무 속에는 여전히 생명이 존재한다. 당신이 겨울나무로 서 있다고 해서 갑자기 악해진 것이 아니다. 다만 당신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겨울나무 내부 깊숙한 곳 어딘가에는 지난봄, 아름다운 잎들을 틔워냈던 생명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자리한 존재는 본질적인 품성을 상실하지 않았다. 그가 가진 장점을 잃어버리지도 않았다. 그가 잃은 것은 단지 지극히 인간적인, 자신이 선하다는 외면적 외식일 뿐이다. 대신 그는 처절할 정도로 비참한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주님을 편하게 따르려던 안일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편안함은 무엇보다도 자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에게 일어나는 이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난다. 그리스도인은 이제 벌거벗고 상처받아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모습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처음으로 그의 모든 결함을 보게 된다. 이전에는 가려져 있었고 외적인 덕목들로 숨겨져 있었던 결함들이 가감 없이 볼썽사납게 드러나는 것이다.

때론 그렇게 벌거벗고 나서 그 사람의 자존심이 너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다시 원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다른 수준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거나 혹은 완전히 주님을 따르는 길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길고 차가운 겨우내 숲속의 모든 나무 중 가장 처절하게 말라비틀어져 마치 죽은 나무처럼 서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나무는 실재를 알지 못한 채 철저한 파멸을 경험하고 비참함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 진실은 어딘가에서 움트고 있다. 실제로 그 나무는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자신을 강건하게 만들어 줄 과정을 경험하는 중이다. 이제 그 과정의 막바지에 도달할 찰나이다. 그렇다면 겨울의 궁극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겨울은 나무의 외면을 위축시킨다. 이를 통해 나무 깊은 곳에 있는 생명이 더이상 쓸데없이 소진되지 않도록 돕는다. 대신 나무의 생명은 가장 깊숙한 줄기와 보이지 않는 뿌리 부분으로 모여든다. 생명이 나무의 가장 깊은 내면 속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겉으로는 나무가 죽은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겨울은 나무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잎사귀들이 떨어져 일그러진 나무의 실상이 드러나지만, 나무는 그때 가장 생생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그 어떤 계절보다도 겨울 동안 생명의 원천과 원리가 더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도 나무는 자신을 치장하고 아름답게 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무의 생명을 소비하고 줄기의 가장 깊은 곳과 뿌리에 있는 생명력을 소모하는 대사를 치른다. 이러한 나무가 생존하며 번성하기 위해서 겨울은 반드시 있어야 할 계절이다.
아름다운 품성이 외면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는 선천적인 결함들을 더욱 두드러지게 겉으로 드러내놓고 그리스도인의 내면으로 깊이 함몰해 버린다. 우리가 이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그 아름다움을 정확하게 되게 될 것이다.

은혜가 당신의 삶에 임하는 방식도 정확히 이와 같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감싸고 있던 잎사귀들을 빼앗아 가신다.  겨울바람처럼 무언가가 당신의 잎사귀들을 떨어뜨려 외적인 미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한다. 이런 일을 허용하시는 하나님은 당신의 성품의 근원을 강하게 만드시기 위해서이다. 당신의 성품은 바닥부터 다시 세워진다. 영혼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일한다. 내 영 아주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가장 고결한 작업이 쉼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일은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순결한 사랑이다.

내면 가장 깊은 것에서 자아에 대한 절대적 포기와 멸시가 일어난다. 이 포기와 자기 멸시의 과정을 통해 우리 내면의 인격은 성장한다. 결국 우리의 영혼은 내면의 성숙을 위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의 사역이 그리스도인들의 외적인 부분에 집중해 있는 것처럼 보이고, 힐끔 눈을 돌려 보기에도 밖으로 드러난 것들은 그리 보기 좋지는 않다. 그러나 그 영혼에 새로운 결함이 생겨난 것이 절대로 아니다. 단지 이미 존재했던 결함들이 드러났을 뿐이다. 결함을 밖으로 드러내면서 점점 치유가 이루어진다.

당신이 영혼의 순례의 길을 걷고 있다면, 재앙을 당하거나 메마른 건기가 계속될 때, 그리고 사람들이 영적인 겨울이라고 부르는 때가 찾아올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생명은 계속 그 자리에 있다. 겨울이 와도 말이다.
 (잔느 귀용, 영적 성장 깊이 체험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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