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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은 삶
이번 주에 있었던 “백상 예술 대상”에서 TV  부분 대상 수상자였던 “김혜자”씨의 수상 소감이 한 주간 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김혜자씨의 연세가 77세라고 합니다. 1969년에 MBC의 개국과 함께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했으니, 말 그대로 저와 함께 살아온 연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주간, 김혜자씨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30여년을 앞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살펴보는 것처럼 좋은 인생공부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사의 직업적 성향이라고 할까요? 제일 먼저 찾아본 것이 “김혜자,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이 분의 인터뷰 중에 한국전쟁 직후에 자신의 교회에서 일어났던 일화 하나를 마음 속 깊이 평생 간직하고있다고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전쟁 직후, 모두 가난하던 시절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면 신발이 한켤레 없어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중학교 1, 2학년의 발사이즈인 작은 신발이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서너번 똑같은 일이 발생하자, 교회 청년 오빠들이 범인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때, 나이드신 여전도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나둬라. 신발 훔치다가 예수 믿는다.””

김혜자씨가 동료 배우이고 함께 오랫동안 전원일기를 촬영한 김수미씨와 단짝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김수미씨가 남편의 사업실패와 여러가지 개인적인 어려운 일을 극복한 후에, 그 회복의 힘이 김혜자씨였다고 말합니다. “내가 죽음을 생각하던 때, 혜자 언니에게 전화를 해, 내가 죽거든 내 무덤가에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심어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언니가 달려왔습니다. 들어누워있는 나에게 자신의 저금통장을 주면서, ”내 전 재산이야.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데 쓰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는 줄 몰랐네”하시면  주고 갔습니다. 난 그 통장을 받아 모든 빚을 갚았습니다. 내가 언니에게 해 줄 수 있었던 말은 “언니가 아프리카에 가서 납치되면, 내가 나서서 나랑 맞교환하자고 할께”가 전부였습니다.

김혜지씨의 백상 예술 대상 수상 소감문은 자신이 연기했던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였습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이 25세 머물러 있는 할머니니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감동이었던 것은 김혜자씨의 소감문만은 아니였습니다. 그 소감문에 반응하는 후배 배우들의모습이었습니다. 인심을 잃고, 마음을 잃은 노년의배우가 이 대사를 소감문으로 읽었다면, 후배 배우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요즘 유행하는 테마들 중에 하나가 “끝이 좋은 00”입니다.  내 목회 은퇴식에서 하는 마지막 말이 과연 나를 알고, 내 뒤에 남아 목회를 할 목회자들이 웃음과울음으로 반응해 줄 수있을까.... 자신이 없습니다.   어떤 목사님의 은퇴식에서 후배목사들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햇습니다.

끝이 좋은 목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가정 주일에 끝이 좋은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요?
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 온 가족이 대성통곡하는 것이 좋은 끝일까요?
전 내 아이들이 “좀 더 책임감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 것”을 보고싶습니다. 좀 더 나누며 살기로 하고, 얼마 안되는 유산을 서로 갖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어디다 기부할지를 논의하는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비록 스크린 안이지만, 내 평생을 함께 해 온 인생의 선배 의 모습 속에서 “끝이 좋은 인생”을 보아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