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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서번트 증후군자들
예전에  “굿닥터(Good Doctor)”라는 제목의  미국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자폐아이면서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가진 주인공, 숀 머피,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같은 제목으로 주원-문채원이 연기한  드라마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것이라고 합니다.

자폐 성향이 있어서 오히려 넓고 깊은 의학 지식과 기술을 가진 주인공이지만, 일반 사람들과 같이 공감하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부분에 문제를 가진 주인공이 다양한 환자들과 가족들,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소통과 바운더리라는 희미한 선들을 발견하고 성장해 갑니다. 
이 드라마는 마치 모든 사람들은 더불어 사는 삶과 소통, 공감에 미숙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미숙함이 숨겨지지 않는 사람들과 그럴듯하게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드라마 첫부분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직설적인 대화가 시원하고 통쾌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서, ‘아, 나는 그럴듯하게 숨기고 사는 부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거나 울어버립니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무덤덤하거나 오히려 웃음으로 그 아픔을 감춰버리십니까?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감정’이라는 형태로 나올 때, 그것을 얼마나 숨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연스럽고,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되어 질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우리는 결코 논리에 의해 감동을 받거나, 욺직이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동기와 욕구들이 우리 행동의 원동력이며, 이 동기와 욕구들은 항상 감정이라는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내 감정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게 될 때, 감정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훈련하여,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하는, 즉 코끼리의 목에 올라 앉아 코끼리를 몰아가는 어린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내 감정, 내 생각을 표현해 내는 것과 타인을의식하여 내 감정, 생각을 숨기는 것은 둘 다 아직 내가 삶이라는 것에 미숙하고 더 성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저희 집에 작은 개가 2마리 있습니다. 작은 개들이어서 ”강아지”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은 일곱살, 네살이니까, 강아지가 아닙니다. 꼬리를 흔들고 달려드는 아이들이 예뻐서 스다듬고 만질 때,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이 비명소리를 냅니다. 제가 힘조절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원인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입니다.  애완동물들이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서열의 문제 전에, 아이들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힘조절에 미숙하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이나 손자, 손녀들을 향하여, 이 힘조절에 실패하면, 아이들의 삶이 우리의 사랑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입거나 망가집니다. 관계 속에서 이 힘조절에 실패하면 ‘독불장군’이나 ‘외톨이’가 됩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바뀌고 있다면, 이 ‘힘조절 미숙’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과 관계에서 항상 “초보운전(New Driver)”라는 사인을 달고 있습니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폭발하듯이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힘조절을 하고, 시간의 흐름을 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치, 학창시절, 가장 점수가 낮은 과목의 참고서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이 관계와 소통의 이야기를 항상 하는 이유는 미숙한 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미숙함으로 목사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교인으로, 교우로 살아가는 삶은 쉽습니까? 누군가의 자녀로 살아가는 삶은 그 자녀의 부모로 살아가는 삶만큼 어렵습니다. 우리는 다 힘조절이 필요합니다. 더 성숙하고 노련한 인생꾼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이 노력에 더해지는 에너지음료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