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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들을 향한 목사의 신뢰
평상시에 저는 목사와 교우들 사이에는 살어름처럼 옅은 신뢰가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교회를 흔들기위한 영적인 싸움은 자주 이  옅은 얼음을 깨트리는 형태로 나타나곤 합니다. 그래서, 목사와 사역자들에 대한 어떤 오해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었을 경우에는, 혼자 삭히거나, 다른 이들에게 말을 돌리기 보다는 목사와 사역자 당사자에게 사실을 확인하여, 오해를 푸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처럼, “신뢰”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목회자에 대한 지지와 믿음을 자주 이야기 하면서, 교우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왔습니다.

반대로, 지난 주에는 교우 여러분을 향한 제 마음, 제 안에 있는 신뢰의 두깨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박종국 목사님을 지난 주 목요일 새벽에 공항에서 픽업을 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박목사님의 설교와 세미나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토요일에 있었던 두 번의 세미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박목사님께서 나누어 주고 싶어하시는 교회에 대한 내용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2시간으로 그 내용을 다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략 짐작해도 90분씩 두번, 즉 중간에 휴식 시간을 넣으면 대략 4시간의 세미나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강의 내용을 줄여서 2시간으로 맞출까요?” 박목사님의 질문에, “아니요. 그냥, 전해주고 싶은 내용을 다 주고 가시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드는 생각이, ‘어떡하지? 교우들에게 4시간으로 늘어났다고 미리 말해야하지 않을까?’였습니다.  마음 속에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계획이 바꼈다고 하면, 교우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4시간 세미나라고 하면, 그 시간을 내어서 참석하는 교우들이 많이 있을까? 2시간이라고 했다가 4시간이라고 하면, 목사의 변덕이나 무계획적이라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ㅠㅠ... 토요일 세미나에 오신 교우들은 2시간 세미나로 알고 오셨다가 4시간을 다 채우고 가셨습니다. 일정과 약속이 있으신 분들은 먼저 자리를 뜨기도 하셨습니다.  먼저 일어나 나가시며, 미안해 하던 교우들에게 괜시리 마음의 짐을 얹혀 드린 듯 해서, 제 안에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었는지요.  지난 토요일에 제가 피곤해 보였거나, 얼굴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면 바로 그 이유때문입니다. 

주말 내내,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내 마음 속을 달리는 동안, 개인적으로 참 슬펐습니다. ‘내 마음 속에 교우들에 대한 참신뢰나 자유로움이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교우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하고 있는 제 모습에 우울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내가 이렇게 말하면 교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교우들의 의중을 살피는데, 그 추측의 내용이 긍정적이지 않는 제 마음이 아픔이 되었습니다.

목회의 시간이 지날 수록, 정직하고 담담하게 속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우들의 반응을 의식하고, 부자연스러워하는 목사의 속마음을 교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함께 했던 서너 교우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가 했던 말이나 농담이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교우들을 향하여서는 목사를 신뢰해 줄 것을 강조하면서, 목사 자신은 그 교우들을 신뢰하고 있지  않는 모습의 저를 보았습니다. 이것이 길고, 깊어지면, 그 목회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요? 

캐나다에 왔을 때,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제가 3개월간 여러분을 떠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목회를 하면서, 너무 힘이 들 때면 포도주를 한잔 하고 잠드는 버릇이 생겼는데, 얼마전에 제가 알콜 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더 심해지기 전에 금주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합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렇게 광고하는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저에겐 충격이었고, 도전이었습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교우들이 그것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참 부러웠는데.... 다시 저를 돌아봅니다. 교우들의 마음을 믿는, 교우들의 마음 속에 살아계신 주님을 볼 줄 아는 목사가 되어야 합니다. 제 안에 2016년, 맨 처음, 오타와에 왔을 때, 그 마음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잃어버렸습니다.  제 안에 이 회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