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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이 안됩니다
멀티태스킹이 안되기 시작한지 한참이 되었습니다.  
젊을 때는 나름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했었는데 말입니다. 제 독서 스타일도 한 저자의 여러권의 책을  동시에 읽거나, 다른 책들을 한꺼번에 읽었는데, 요즘은 한권의 책도 꾸준하게 읽어 내려가는 것이 힘이 듭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옆에 앉은 아내와 어떤 이야기라도 하느라면,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그냥 지나가고, 길을 잃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는 기도를 하러 교회 건물에 들어가면서, 현관문을 닫아 놓았습니다. 보통은 이화숙집사님과 함께 토요일에 기도를 합니다. 어제 금요 기도회에서 이화숙집사님이 토요일에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세벽에 기도하러 올 사람이 없으니...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와서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에  키를 기도하던 자리 옆에 놓고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황망하게... 
토요일 아침인데... 부랴 부랴, parkwood 교회 홈페이지에 일정을 확인해보니, 이번 주 토요일엔 아무런 모임도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벌의  교회 현관 키를 가지고  찬양팀 리더인 영상형제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나이를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좀 이른 감이 있어 보입니다만... 부정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농담처럼, 나중에는 숨쉬는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을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라고, 아내가 위로해 줍니다.
사실, 요즘 생각이 참 많습니다. 
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에서, 아이들의 대학 졸업과 진로, 교회의 형편과  교우들에 대한 생각, 뉴스로 읽는 한국의 소식과 캐나다의 총선 관련 뉴스들...거미줄처럼 펼쳐저 있는 관심과 마음을 조금씩 떨어 내야 하나 봅니다. 더 중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요즘 교우 여러분의 삶은 어떻습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까? 문득 눈을 들어서 푸른 가을 하늘에 감탄을 내뱉을 여유는 있기를 기도합니다.  한쪽에서부터 물들어가는 나무를 보면서, 잠깐 가을을 느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외웠던 시 한구절이 떠올라,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 읽어보는 여유가 있기를...

생명이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따라 성장하고, 삶이라고 하는 것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몸부림쳐서 이루고, 얻어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기다림으로 얻어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수용하고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삶의 지혜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힘만으로든 안돼더라”라는 깨달음인 것처럼, 우리의 마음에 작은 멈춤으로 인한 여유가 있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토요일 아침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음이 급한데, 나를 도와줄 수있는  영상형제가 있었고, 토요일 아침인데, 불평하지 않고 몇 분 만에 달려와 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실수야 하는 것이고, 자책이야 항상 나를 향하지만, 내 옆에 그 빈 칸을 채워주는 이가 있으니 감사한 아침이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자주 바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탓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다 연약하고, 실수하고, 빈 칸을 만들어 냅니다.  문제는 그 연약함을 보완해 주고, 실수를 보담아 주고, 빈 칸을 채워주는 이가 있는가입니다. 이민생활에서 교회 생활을 보험에 비유하는 이유는 그래도 교회에 다니면,내가 필요할 때,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나는 영상형제가 밤 늦게, 혹은 아침 일찍 전화하면 달려 나갈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다루는 내가 문제입니다. 

열쇠 하나 때문에, 생각이 많았던 토요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