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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그때는 젊었으니까...” 
인생의 노른자위라고 부르는 20대를 열정과 믿음으로 살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족”과 “역사”에 대해 토론하고, “복음”과 “선교” 그리고 “성서 한국”을 외치던 때입니다. 대학가에서 한명이라도 더 전도하기 위해 하루 종일 “사영리”라는 작은 책자를 들고 캠퍼스를 떠돌던 일들이 이젠 다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젊었으니까요... “변화”와 “성숙” “제자와 헌신”에 대해 이야기 했던 시절이 “젊었을 때니까..”라는 푸념으로 바뀌게 된 것은 세월의 힘이 이긴 까닭일까요? 

예수를 믿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씨름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마치, 출가하는 스님들에게 머리를 깍은 후에 평생의 수도를 위해 던저주는 “화두”처럼, 저에게 그런 주제가 있습니다. “복음이 변화를 가져오는가?” 이 변화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대학가에서 5년째 사역을 할 때, 이 질문에 좌절했습니다. 사역하던 대학교의 제자들은 제 말투와 제 언어를 따라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여있는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치, 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제 모습을 보는 거처럼 말이죠. 제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제 장점을 닮지 않더군요. 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저를 닮은 장점은 아마 제가 당연시 여겨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5분씩 늦게 모임에 오는 것에서부터, 말씀과 기도의 꾸준하지 않는 모습, 토론에는 민감하지만 행동에는 약한 모습들까지....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맺는 열매는 저를 닮을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 깨달음 후에는 가르침보다는 내 자신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닮아 있는 만큼, 내 열매가 그리스도를 닮아 있으리라... 
그리고 내 변화는 나혼자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내 옆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조언해주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나로 성령을 경험도록 도와주는 이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시고, 이 경험을 통해 진정한 변화와 성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부임했을 때, 교우들과함께한웍샵에서  오타와사랑장로교회를 20대 후반의 취업 준비생으로 묘사를 했습니다. 이제는 또 지원서를 내는 것이 두려워지는 청년. 최근엔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주머니에는 버스비와 점심을 겨우 해결할 돈. 등에 기타를 메고있지만 3개의 코드로만 노래를 부르는 초보...

 저는 이 “사랑이”라는 친구에게 대학을 다시 가자고 했습니다. 네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공부하자. 그리고 조금만 버티자. 다시 사랑은 시작될 것이고, 입에서 노래가 흐를 것이라고... 그리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교회의 이름을 바꾸는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장로님과 시작한 기도가 “15가정을 보내 주십시오”였습니다. 주님이 넘치게 응답하셨습니다. 지금도 함께 앉아 예배하는 교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과 감사가 있는 이유입니다. 나에겐, 내 눈에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가족들입니다. 제가 찾아 나선 것이 아닙니다. 기도의 응답을 매주일 눈으로, 마음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15가정을 보내달라고 기도한 것일까요?”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고 싶어서 이 기도를 한 것일까요? 정말로 그럴듯한 포장지로 덮은 교회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단순히 교회의성장을 위한 기도였을까요? 

10여년의 대학 캠퍼스 사역과 15년의 교회 사역을 통해서, 내가 꿈꾸고, 기도했던 내용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삶”입니다. 젊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변화되는 꿈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고 고백하는 이들이 꾸는 꿈입니다. 15 가정에 대한 기도는 함께 더불어 살아야만 가능한 제자의 삶에 대한 기도였습니다. 함께 교회를 이루고, 씨름하고 삶을 공유하는 중에 일어나는 변화와 성숙에 대한 꿈입니다. “너희는 가서”라고 말할 때, 신앙 좋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보낼 때, 혼자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함께 보내셨습니다. 혼자만 잘 믿는 신앙으로는 절대로  제자의 삶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분주함 속에서 어느새 잊고 있었던 주제입니다. “더불어 함께, 그리스도의 제자로 다르게” 살아가는 교회에 대한 꿈. 저는 이 꿈을 다시 붙잡습니다. 2020년에 이 일에 최우선을 두려고 합니다. 성경이 명령하고 있는 삶, 교회를 이루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더불어 함께 다르게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