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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쓰는 글입니다.
잘 지내시죠? 
김 목사입니다. 
잠깐이라고 생각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고,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내 경우에는, 마치 부모님께 캐나다에 공부하러 떠나면서 "3년 후에 돌아올게요.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가, 20여 년이 지나버리고,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길거리나 가게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얼굴의 반쯤이 하얗거나 까만 것이 익숙하고, 민얼굴을 완전히 드러낸 사람이 두려운 존재로 느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름을 지나면서 어느 날 쳐다본 아이의 얼굴이 상하로 피부 색깔이 달라져서, 아이를 데리고 부랴부랴 병원에 다녀왔다는 엄마의 헤프닝이 웃기면서 슬픕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햇볕에 그을린 부분이 나뉜 것이라고...

어쩌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과거가 되어버린 듯한 시간의 기억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굴을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삐걱 거리고, 티격태격하게 하지만, 그 몸부림과 마음의 씨름이 내 삶에 살아있는 온기를 만들어 내었던 것은 아닐까?

날씨가 추워지고, 흩뿌리는 눈을 보면서, 마음은 벌써 겨울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다가오는 겨울을 상상하게 됩니다. 미디어에서도 장기 일기예보로 그해의 겨울을 추측합니다. 작년에도 그해 겨울이 길고, 춥고, 눈이 많을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그 소식에 마음이 얼마나 얼어붙던지... 캐나다의 겨울은 결코 적응되지 않습니다. 해마다 다가오는 겨울을 느끼는 마음은 더 추워지고, 더 우울해집니다. 다행히도, 작년의 겨울은 괜찮았습니다. 잘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겨울과 마음의 겨울은 항상 차이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님이 느끼는 겨울은 어느 겨울이 더 추운 계절인가요? 교우님의 마음의 겨울이 항상 현실의 겨울보다 따뜻하고, 봄을 기다리는 소망으로 가득 차 있기를 기도합니다.

성경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힘을 다해 지켜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마음에서 생명 즉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만족과 불평, 감사와 비난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어쩌면 내가 온전히 소유하도록 허락된 것이 우리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스스로 갖지 않기로 포기하시면서 나에게 내어주신 것이 이 마음입니다. 그래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내 마음을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때로는 달콤한 유혹으로, 때로는 매몰찬 눈빛과 두려운 위협으로, 나에게 내 마음을 그들에게 내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하나님은 내 마음 밖에 계셨습니다. 내 마음에 들어오시기 위해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내가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들어오셨는지! 처음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순간을 회상할 때면, 지금도 얼굴이 웃음을 짓고, 마음에 잔잔한 기쁨의 물결이 결어납니다.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가 수면 가까이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경험의 기억이 조금씩 쌓여서 풍성한 믿음의 옥토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건너온 다리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뒤돌아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밝히는 빛이 있고, 내 마음을 온기로 채워, 이 세상의 추위를 이기게 합니다. 이 빛과 함께 있는 것이, 현실의 겨울을 이기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 안에 들어와 계시면서도, 내 마음을 여전히 내 것이라고 인정해 주시는 분이 함께하셔서, 내가 살고, 내 삶에 누군가가 들어와 잠깐이라도 온기를 느끼고,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빛을 이 세상에 맨 처음 만드신 분께서, 그 빛이 발하는 밝음과 함께 따뜻한 온기로 나와 이 세상을 감싸 주시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그동안 혼자만 만들어 사용하던 "성경 묵상 노트"를  프린트해서 노트로 만들었습니다. 두 달 전에는 순장님들과 나눠서 사용해봤고, 지난달에는 여러 교우들에게 나눠 드렸습니다. 이제, 교회 전체 교우들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목사의 마음으로 받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묵상 노트의 빈칸들이 부담스러우시면, 일기라도 써 보시거나, 그림이나 낙서라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주어 그림이라도 그리게 하거나, 노트를 뜨거운 찌개나 라면을 막 끌어내온 냄비의 밑받침으로도 사용해도 좋습니다. 그냥, 교우님의 마음에 온기를 만들어 내는 작은 선물을 주고 싶은 목사의 마음으로 여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냥 눈에 띄는 곳에 두고, 발에 걸리적거리고, 그래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놓더라도, 문뜩 손에 들고 그날의 성경 묵상 본문을 읽어 볼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2020년에 세운 계획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또 하루가 더해지다 보면, 6년이면 성경 전체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주일 예배에 시편, 구약과 신약, 복음서를 조금씩 읽어가면 3년이면 성경을 한번 통독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앞에서 주시면 정말 고맙고, 옆에 서서 같이 걸어가 주시면 정말 고맙고, 한 걸음 뒤에서 따라서 오시면 정말 고맙고, 저만치 멀리서라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 주시면 정말 정말 고마울 뿐입니다.

김 목사가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