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개
근본적인 숫자와 삶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편 131:1-2)

2020년을 변함없는 모습으로  옆에서 그 고단하고, 힘든 길을 함께 걸어준 교우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소한의 숫자 안에서 살아낸 2020년이었습니다. 내 삶의 최소한의 숫자는 '가족의 숫자, 5'였습니다. 집 안으로 들이면서, 마음에 아무런 부담이 일지 않던 '관계의 숫자'도 보았습니다. 말씀 묵상을 공개적으로 시작하면서 '믿음의 숫자'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는 이런 근본적인 숫자보다는 은행의 잔고의 숫자, 예배나 모임에 참석하는 교우들의 숫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좋아요나 구독자의 숫자와 같이, '외면적이고, 피상적인 숫자에 민감하지 않았나'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터"나 "기초"는 건물보다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오래된 건물이라도, 기초가 튼튼하면 얼마든지 고쳐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기초(터)가 되는 숫자는 10을 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가 기억할 수 있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숫자의 양이 바로 이 10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10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근본적인 요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숫자는 그렇게 큰 숫자는 아닙니다. 내가 이 세상에 처음 나타났을 때 주어진 숫자도 큰 것이 아니었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손에 쥐고 갈 숫자도 그렇게 큰 것은 아닙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짧은 이야기처럼, 소유와 욕망 즉 더 큰 숫자를 가지고 싶은 욕심을 쫓아 살지만, 내가 묻힐 수 있는 작은 숫자의 땅만이 내가 가지게 되는 마지막 소유입니다.

작은 숫자는 근본을 의미합니다. 양의 적음이나, 소유의 빈곤을 말하지 않습니다. 작은 숫자는 중요한 것, 근본적인 우선순위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내 삶과 내 관계의 작은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숫자를 넘어 더 근본적인 것을 좇아 살기 위함입니다.
개인적으로 2020년의 작은 숫자를 내 삶에서 풍선의 바람처럼 빠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삶에서 빠진 힘을  욕심과 허영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힘이 빠져 약해진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진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삶이 더 단단해지면서도, 삶이 무겁지 않고, 가벼워졌다고... 마치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불필요한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실력의 기초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2021년을 시작합니다.

2020년에 빠진 힘을 애써 다시 내 삶에 집어넣어, 나 자신을 불편하게 할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홀가분하고 자연스러움을 따라, 한 해를 살아봐야겠습니다. 내가 발견한 내 삶 속의 작은 숫자들과 잘 지내기 위해 애쓰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시편 131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편입니다. 평안이라는 것은 내 삶에 잔잔한 미풍과 풍성한 양식이 있는 순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평안은 세찬 비바람이 부는 해변의 한 절벽, 그곳에 있는 패인 작은 구멍, 그 구멍 안데 자리 잡은 새 둥지, 그 둥지 안에 새끼를 품은 어미 새. 그 어미 새 품에 잠들어 있는 새끼가 느끼고 있는 것이 평안입니다.

평안은 누군가가 나를 붙들고, 나를 지키고, 나를 돕는다는 관계의 믿음, 신뢰의 믿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평안은 들판의 사자나 호랑이가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 또한 사냥꾼이나 적이라는 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평안은 그들의 것이 아닙니다.
평안은 토끼나 양과 같은 연약한 초식동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엄마 토끼의 품에서, 목자의 품에서 누리는 평안은 관계의 신뢰에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나 눈, 삶의 도전과 폭풍의 유무 관계가 평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 누가 나를 붙잡고, 내가 누구를 붙잡고 있느냐가 평안과 행복을 결정합니다. 2021년 나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붙잡을 것입니다.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안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할 것입니다. 내가 가진 가장 작은 숫자 '1'을 기꺼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놓을 것입니다. 나는 이 숫자 '1'이 나를 '0'이라는 영원한 생명과 사랑으로 인도하는 가장 강력한 힘, 죽음을 넘어서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는 더 큰 평안과 행복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경험되고, 누리는 복이 이 글을 읽는 교우님과 함께하시길 축복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