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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병가지상사
저는 실수가 많은 사람입니다.  
주보에 계속 정태권집사님이 정태곤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교우 한 분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을 바꾸는 실수도 있습니다. 변예람재매를 박예람으로 기록하는 실수도 있습니다. 더 큰 실수도 곧잘 합니다. 전화를 하기로 했었는데 잊어먹는 경우도 있고, 약속 자체를 잊고 있다가 30분 정도 늦게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만 정신을 놓고 살면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합니다.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모습에 종종 아내로부터 소리를 듣습니다.
다른 종류의 실수도 종종합니다.
교우들과 함께 있을 때에,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든지, 상황에 대한 분별이 없어 혼자서만 말을 하고 돌오는 길에 후회를 하곤 합니다. 경청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좋은 질문을 통해 상대의 생각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마음을 열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선한 의도로한 일이 실수가 될 때도 있습니다.
시골에 살 때 일입니다.  저희 집 건너편 집에는 80대 중반의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셨습니다. 이사간 첫 해 겨울에 눈이 무척 많이 내린 날 아침이었습니다. 저희 집 주차장의 눈을 다 치우고 문뜩 건너다 본 앞집엔 눈이 여전히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생각나서 건너가 눈을 치워드리고, 흐믓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내다 보고 있었습니다. 차 한대가 와서 멈추더니  한 남자가 내렸습니다. 눈 치우는 도구를 꺼내가다  눈이 다 치워진 것을 보고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이 할머니네 집 눈을 치워주기로 계약이 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착한 마음으로 한 일이 누군가에겐 일감을 빼앗은 결과를 가저온 것입니다.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합니다. 
“실수는 항상 있고, 누구나 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실수를 정당화하거나 변명하는 말이 아닙니다. “병가”는 전쟁을 직업처럼 일삼고 있는 집안이라는 뜻입니다. 병가지상사라는 말은 전투에서 진 왕이나 장수를 위로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전쟁을 일상으로 하는 이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이겼다고 기뻐하지도, 졌다고 낙심하지도 말고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평상심을 유지하고, 앞으로의 대책에 보다 신중을 기하라는 뜻입니다.  반복되는 여러 실수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실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무엇을 배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져본 놈이 이긴다”는 말이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잊혀지지 않고 회자되는 지도 모릅니다.
일기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바로 이 실수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수험생들에게 권장되는 오답노트처럼, 내가 했던 일을 단순하게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고, 대안과 대처를 생각하고, 자기를 정직하고 공평하게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편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사실들 중 하나가 시편을 기록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직하고 열린 마음에서 나오는 자신들의 형편에 대한 고백과 기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겸허한 인정과 하나님의 가르침과 인도를 구하는 태도입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실수의 의미와 배움의 기회를 갖는 것이 오히려 실수의 횟수를 줄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저는, 그래서 그 실수를 알게 해 주는 조언에 “그렇군요, 그랬네요. 미안합니다”라고 반응하려고 애씁니다. 
지적을 받는 일이 쉬운 경험은 아니지만, 그 지적이 비난이 되기 전에 전달되고, 그 지적을 사랑으로 받을 수 있다면, 그만큼 성숙하고 실수가 적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