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한인 장로 교회

목회 컬럼

내 마음을 움직이는 관계

작성자
경웅 김
작성일
2024-05-28 21:50
조회
39
인간은 무엇인가를 지향하는 존재입니다. 현재보다는 내일을 더 기대하고, 갈망합니다. 성경에서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목표, 종착점에 관한 것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5 리을 가라고 강요하는 사람을 만나거든 10 리를 타이 가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로마인들은 로마제국에 병합되어 있는 지역을 여행할 때, 지역인들에게 자신들의 짐을 옮기게 하거나 일을 하게 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별히 무장을 하고 행군하는 것에 지친 로마병사들은 종종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장비를 들고 따라오게 했습니다. 억지로 5 리를 가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수치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교통 경찰에게 스피드로 잡혀서 딱지를 떼려고 도로 주변에 차를 정차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시선에 부끄러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부끄러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억지로 5리를 가기”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울 때가 있습니다. 내 아이와 관련된 일일때가 그렇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 토론토에 다녀왔습니다. 빅토리아 데이, 롱 위크앤드라고 아들이 집에 와서 주말을 보냈습니다. 토론토에서 여름 방학 동안 실습을 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이것 저것 짐을 싸 주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데려다 주는 것이 나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오타와를 떠나서, 아들을 내려 주고 곧 바로 되돌아 왔습니다. 천 킬로미터가 넘는 길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을 즐거웠습니다.

비록 내가 계획하지 않은 일이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그 일을 부탁하거나, 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내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그 일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일과 관련된 사람입니다. 내 마음이로 하여금 기꺼이 그 일을 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애착인”attached love”라고 부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는 바로 이 건강한 애착관계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만물을 유지하고 계시는 지금, 우리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시는 그의 일생 프로젝트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준비하시고 이루시는 미래의 프로젝트까지, 삼위일체 하나님은 함께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숙해 가는 과정 속에서 세 분 하나님은 함께 일하십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를 이루는 것은 가족 비즈니스입니다. 하나님의 가족을 이루는 일입니다. 가족 비즈니스에서는 그 성과나 수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족이 얼마나 서로 친밀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유지하느냐 입니다. 이 level of attachment가 가족 비즈니스의 키입니다.

엄마와 함께 밀가루를 반죽하는 일부터 오븐에 굽는 것까지 일을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그 쿠키를 먹으면서 재잘되는 것과 시장에서 사온 과자를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애착이라는 친밀도의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화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연결과 가까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교회는 다음 주에 20년을 한결같이 교회를 섬겨왔던 임종열장로님의 은퇴 감사와 5분의 안수집사님들을 세우는 감사 예배를 드립니다. 단순히 어느 교회에나 있는 행사가 아닙니다. 우리 교회가 함께 하나님의 가족 비즈니스를 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가까와지고, 기꺼이 서로를 섬기고 돌보며,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에 관한 일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관계의 거리를 좁히고, 기꺼이 돕고 함께 일을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입니다.

다음 주 예배 후에 함께 나눌 음식을 준비하실 때, 손과 몸의 움직임에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에 대한 기대와 마음을 담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음식을 먹고, 이 음식이 교우들의 몸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의 연합이 실제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수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성가대가 찬양을 준비할 때도, 우리가 함께 부르는 이 찬양이 하나님께 기쁘게 드려지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서로 이어주는 성령의 도구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은퇴하시는 장로님이나 임직하는 안수집사님들이나 모두 함께 우리는 주님이 시키는 일을 하는 이들임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때로는 자격 없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주님이 시키는 일이어서, 그 일을 기꺼이 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그 부르심에, 또 다른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준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서로를 기꺼이 섬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함께 달려 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을 잡기 위해,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하고, 어제는 은혜에 맡기길 원합니다. 우리는 함께 하나님의 가족이고, 아버지를 따라, 우리의 마음이나 생각보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는 가족이 되기를 원합니다.
위로 스크롤